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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앞둔 아들에게수필 2022. 4. 20. 00:46
몇 년 전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고민하다가 결국 취업을 택한 아들에게 써준 편지를 발견하였다.
물론 지금은 아들이 커서 어엿한 개발자로 잘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아들과 취업을 앞둔 다른 모든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싶어 여기 남긴다.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할 아들에게 남기는 조언과 격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을 장한 아들에게
근자에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네가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심에 책임이 따르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다. 살면서 중요한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누구나 망설이게 되고 두렵기도 하단다. 너의 경우 지금 시점은 학업을 계속하느냐 취직을 하느냐의 고민이 한 가지 있을 것이고, 취업을 생각하면 과연 그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가? 라는 고민이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 너와 통화한 내 느낌은 너의 마음이 취직 쪽으로 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다 아들아
너의 의지로 결심하렴.
군대도 갔다 왔고, 대학도 졸업했으니 이제 취직하는 것이 당연하다. 막연하게 "공부를 더 하면 취직하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나 막연하게 또는 남들이 하니까 또는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취직해서 일에 몰입하여 너의 능력을 키우면서 한편으로 너의 한계를 느껴보고 공부를 왜 더 해야 하는지를 느낀 다음 공부해도 늦지 않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는 것이니까. 너가 말한 그 회사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사업 내용은 충분히 성장 발전성 있는 분야로 보인다. 네가 나에게 말한 회사에 취직한다는 전제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편지를 쓴다.
첫째, 교만하지 말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허드렛일부터, 가장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라. 바닥부터 성장한 사람이 이라야 훗날 가장 낮은 사람들도 잘 지휘할 수 있다. 선배들에게 겸손하게 배움을 청해라. 가르침에 감사하며, 어려우면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라. 젊은 시절에는 모르는 것이 부끄러움이 아니다. 모르면서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둘째, 개발부서에서 개발하는 업무를 희망하고 꼭 코딩부터 치열하게 배우고 익혀라. 대학에서 배운 것들은 원론수준이고 원칙적인 것들이다. 겉 멋든 사람들 많다. 코딩의 수준도 다양하다. 웹페이지나 만지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치열하게 한 분야씩 숙달해라. 어떤 한 분야의 수준은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차피 기술이 다양화하고, 기술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어느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게 된다. 노력하면 한 분야에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대가가 되기는 쉬운 사회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은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셋째, 견디는 힘이 중요하다. 시작할 때의 수준은 비슷하다. 관건은 얼마나 버티고 견디며 노력하느냐이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대략 일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만 시간 동안 한 분야에 몰입해서 견디어 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수생들이 흔히 하는 얘기도 있지 않으냐?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회사 생활도 멋지고 행복하고 찬란한 일만 가득한 곳이 아니다. 때로 답답하고, 화나고 지루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그런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견디어야 한다. 비바람 서리 다 맞고 견디고 서 있는 저 동산의 소나무들 같이 견디어 내야 큰 재목이 된단다.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들고 괴로울 때는 먼 미래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견디느냐" 절망하지 말고 일주일씩 잘라서 생각해라. 계속되는 태풍은 없단다. 한주 견디다 보면 어느새 새날이 온단다. 한 회사에서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고 회사를 자주 바꾸고 옮겨 다녀야 몸값이 올라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일견 맞는 말일 수 도 있고, 한 두 번 옮기면서 몸 값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내용물은 같은데 포장만 잘한 것과 같이 부질없는 일 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내실있고 옹골찬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해라.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이직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이직해라. 중요한것은 견디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란다. 성장하는 만큼 너의 몸값은 저절로 올라간다.
넷째, 남자는 성장해야 기회가 오고, 기회를 통해서 성장한단다. 성장과 기회는 선순환될 수도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네가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기회임을 알아차리고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 성장해라. 그러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고 그 더 큰 기회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지금에야 말한다만 내가 성장한 비결도 이것이다. 상사가 부담스러운 업무를 하나 가지고 오면 모든 사람이 자기 시킬까 봐 상사와 눈 맞추기를 꺼렸다. 내가 나서서 "제가 하겠습니다" 했다. 때론 나의 바보 같음에 내 발등을 찍고도 싶었지만, 그 하나하나의 일을 통해 나는 성장했고, 어느 순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자라있음을 알았다. 그다음부터는 중요한 기회가 나에게 자주 오더라. 그것을 통해 또 성장하게 되고...
다섯째, 회사의 모든 지식을 너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져라. 그것도 "몇 년 안에 다 배우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벤처회사나 중소기업으로 취업할 때 누구나 그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에 충성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지식, 비결, 경험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 그것이 벤처회사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큰 장점이다.
여섯째, 임금이나 경제적인 여건도 중요하지만 젊었을 때는 그것보다는 배우는 것에 가치를 두어라. 너의 수준이 너의 가치를 결정한다. 수준을 높이는데 몰입하고 그것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라. 너의 실력의 수준이 임금이 되는 시대가 곧 온다. 아니 지금이 그런 시대다.
일곱째, 주변의 동료와 잘 지내라. 선배에게 잘하고 후배들 잘 이끌어 주어라. 결국에는 너를 이끌어주고 도와주고 밀어주는 사람들은 모두 너의 주변 사람들이다. 선배들과 잘 어울리고 후배들 저녁도 맥주도 자주 사주어라. 인생은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것이다.
취직을 고민하는 너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었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너를 신뢰하고 응원한다.
2015년 11월 3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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